60년간 한약방을 운영하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김장하 선생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 본 포스팅에 사용한 모든 포스터 및 스틸컷은 영화 배급사 '(주)시네마달'로부터 공식 사용 허가를 받았음을 명시합니다.
영화 '어른 김장하' 줄거리
요즘 뉴스를 보면 어른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낯 뜨거운 장면들이 많습니다. 탐욕스러운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걱정도 많이 됩니다. 그런데 이와는 정 반대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며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 속으로 함께 떠나보시죠.
'어른 김장하'는 경남 진주의 한약사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60년간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도 언론 노출을 꺼린 선생의 삶을,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조명합니다. 그의 조용한 헌신은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이 영화에서 필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기자의 인터뷰입니다. 이 기자는 수많은 인터뷰를 해왔지만 이번 김장하 선생과 관련된 인터뷰처럼 주변인들이 협조를 해주는 경험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보통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오히려 인터뷰를 방해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런 경험은 다시는 없을 거라고 하죠. 그 이유는 아래 서술하는 김장하 선생의 일생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김장하 선생의 일생과 업적
가난한 이들의 벗, 남성당한약방
김장하 선생은 1944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나,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약재에 관심을 가지며 성장했습니다. 19세에 한약사 면허를 취득한 후, 진주 중앙시장 인근에 ‘남성당한약방’을 열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약방이 아니라, 지역의 아픈 이들을 돌보는 쉼터이자 상담소, 나눔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약값을 받지 않거나 무료로 약을 건넸고, 병의 원인을 함께 고민해 주는 삶의 동반자 역할을 했습니다. 수십 년 동안 그는 장부도 없이 사람들의 말을 믿고 약을 지어주었으며, 대가 없이 베푸는 무주상보 시의 정신을 실천했습니다. 남성당한약방은 단순한 치료 공간을 넘어 진주의 따뜻한 공동체를 상징하는 장소이며 사랑방 같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신고등학교, '배움은 누구에게나'라는 철학
1984년, 김장하 선생은 진주 지역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넓히기 위해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했습니다. 학교의 운영은 모두 그의 사재로 이루어졌고, 그 안에는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해져서는 안 된다”는 강한 신념이 담겨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학교 설립 후 8년 뒤, 그는 이 학교를 아무 조건없이 국가에 기증했습니다. 일반인이 쉽게 실천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이 결단은 “교육은 사유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처럼 그는 교육의 공공성과 형평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으며, 후배들이 그 철학을 이어가길 바랐습니다. 제자들에게도 항상 "나한테 보답하려 하지 말고, 사회에 보답할 생각을 해라"라고 말하는 김장하 선생은 이 시대 진정한 어른이자 성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운동과 지역문화의 든든한 후원자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낀 점은, 김장하 선생은 체구는 작고 왜소하고, 걸음걸이도 약간 이상하지만, 그의 내면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큰 거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영화를 이미 본 사람이라면 모두 동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김장하 선생은 단순한 선행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도 깊이 관여했습니다. 그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창립을 주도하여 지역 내 차별 철폐 운동에 힘을 보탰고, ‘진주문화연구소’ 설립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내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는 작은 지역 서점, 공연예술 단체, 독립영화 상영회, 환경보호단체 등에도 꾸준히 후원을 이어갔습니다. 대다수 지원은 본인의 이름 없이 이뤄졌으며, 본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재단 해산과 마지막 기부
2021년, 선생은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며 남은 기금 34억 원을 경상대학교와 진주시 등에 기탁했습니다. 그는 기부 이후 “더는 줄 것이 없다. 남은 인생은 나도 나를 위해 써보겠다”라고 소박하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2022년, 남성당한약방도 60년의 역사를 마감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이 자리에 많은 제자들이 함께했다는 점에 소년 같은 미소를 띠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많은 반성과 성찰을 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반가운 소식은, 진주시가 약방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하여, 그의 뜻과 철학이 지역사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도록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조용한 거장, 언론을 거부한 이유
김장하 선생은 언론 노출을 철저히 꺼린 인물이었습니다. 평생 수많은 공적을 남기고도 언론 인터뷰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를 기리는 대신, 내가 했던 일을 기억하고 너도 그렇게 하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영화 ‘어른 김장하’는 그의 이런 면모 때문에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의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주변의 전폭적인 지지와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이웃 주민은 '이런 분은 계속 알려야죠. 더 널리 알려도 모자라죠.'라고 인터뷰를 하기도 합니다. 제자, 이웃, 동료들이 회고하는 방식은 그의 존재감을 오히려 더 뚜렷하게 부각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는 생전 마지막까지도 한 평 남짓한 약방 안에서 조용히 손님을 맞이했습니다. '어른 김장하'는 진정한 어른의 삶이 무엇인지를 묻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김장하 선생의 조용한 헌신과 나눔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며,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단순한 감동을 넘어 진정한 어른의 의미를 되새겨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 김주완. (2023). 줬으면 그만이지. 경남도민일보.
- 배문석. (2025, 4월 19일). 어른 김장하, 어른이 계셔서 고맙습니다. 울산저널i.
영상 시청이 편하신 분들을 위해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요약한 영상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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