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현실을 그린 영화 '군함도'. 과연 영화는 실제 역사와 얼마나 일치할까요? 탄탄한 캐스팅과 강렬한 연출로 개봉 당시 많은 주목을 끌었지만, 역사 왜곡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생존자 증언과 함께 사실과 허구를 구분해 봅니다.
영화 '군함도' 줄거리
2017년에 개봉한 영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말기, 조선인들이 군함도로 불리는 일본 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되어 노역에 시달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가수 출신 이강옥(황정민 분), 딸 소희, 독립군 박무영(송중기 분), 깡패 최칠성(소지섭 분) 등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사연으로 섬에 모여 서로 협력하며 탈출을 시도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군함도의 역사적 배경과 강제징용의 실상
하시마섬, '군함도'의 실체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섬은 일본 나가사키 근처의 섬으로, 석탄이 풍부하여 산업화에 기여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석탄 산업의 핵심지였다고 합니다. 모양이 군함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며, 겉으로 보기에는 산업 유산처럼 보이지만, 1940년대에는 이곳에 전쟁 물자 생산을 위해 조선인을 포함한 많은 인력이 강제로 동원되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좁은 섬에 수천 명이 거주하며 노동에 시달렸고, 특히 조선인들에게는 인간 이하의 대우가 이어졌습니다. 영화에서도 잘 표현되었듯이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매일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다고 합니다.
조선인 강제징용의 현실
일본이 아직까지도 부인하고 있는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은 193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많은 조선 청년들이 강제적으로 일본 본토, 사할린, 군함도 등지로 끌려갔습니다. 군함도는 그중에서도 악명 높은 곳이었습니다. 채광 작업은 위험하고 고되었으며, 안전장비는 거의 없고, 임금은 거의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일부 생존자들은 "일하다 죽어서 나가는 곳"이라고 회상합니다.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강압과 폭력이 매일 반복되던 공간이었습니다.
실제 생존자들의 증언
군함도(하시마섬)에서 강제노역을 겪은 생존자들의 증언은 당시의 참혹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이들의 증언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겪은 고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입니다. 아래에 몇 가지 주요 증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김삼수 할아버지 (당시 19세, 1941년 입도)
“석탄 굴에 가서 석탄 파서 돈 벌어가자고 그랬지요. 가서 보니까 순전히 사람이 (숨져서) 날라서만 나오지 걸어서는 못 나오는 데예요, 하시마라는 곳이.” “일 안 한다고 사람을 때려죽였어요. 사람을 때려죽이고 무릎을 차서 때려죽인 일이 있어요.”
식사는 콩깻묵 찌꺼기를 섞은 밥으로, 쌀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최장섭 옹 (15세에 입도, 3년 10개월 체류)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3년간 했는데, 너무나 참혹했다.” “일본 사람 앞에서 죽은 듯이 고개 숙이고 꾸벅꾸벅해야지 조금이라도 반대의사를 표시하면 뼈도 안 남는다.”
영화 '군함도'의 탈출 장면에 대해 “전혀 불가능하다”라고 증언했습니다.
구연철 씨 (9세에 가족과 함께 입도)
“수용소에서 채찍으로 매를 맞는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비명을 들었고 동물보다 못한 취급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무인도에서는 시체를 태우는 것으로 추정되는 연기가 하루에 3차례 이상 올라왔다.”
해방 후 아버지가 10년 넘게 일하고 받은 돈은 고작 180원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증언들은 군함도가 단순한 산업유산이 아닌, 조선인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장소였음을 보여줍니다. 당시의 강제노역이 단순한 노동이 아닌 생명까지 위협하는 강압이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현재도 일부 생존자들은 일본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화 속 역사 왜곡 논란
허구적 탈출극과 독립군 서사
영화는 탈출극과 독립군의 활약을 중심으로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로 군함도에서는 조직적 탈출 사례가 없으며, 시도조차도 어려웠습니다. 또한, 독립군이 작전을 펼쳤다는 기록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으며, 극적 재미를 위한 허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한 송중기 배우가 연기한 '독립군 특수요원'은 극적인 서사 장치일 뿐, 실제 군함도에는 그러한 무장 독립군이 침투한 사례는 없습니다. 이처럼 실존하지 않았던 인물을 통해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식은 대중의 역사 인식을 오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순한 극적 장치라는 것을 인지해야겠습니다.
일본인 인물의 단편적 묘사
일부 전문가들은 영화 속 일본인들이 지나치게 악역으로만 그려져 역사적 사실보다 감정적 요소에 집중했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필자는 일제강점기 시절을 다룬 영화들에서 대부분 볼 수 있는 감정선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실의 지배 구조나 복잡한 착취 메커니즘을 조금 더 녹여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허구와 역사교육의 경계
상업영화의 특성상 드라마적 장치는 불가피하나, 관객이 이를 역사적 사실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한 한계입니다. 특히 청소년이나 외국인 관객의 경우 영화 속 이미지가 곧 실제 역사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제작자와 관객 모두가 역사와 픽션의 경계를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군함도' 또한 상업영화로서의 완성도를 갖추었지만,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필자는 실제 생존자의 증언을 통해, 이 영화가 담지 못한 '진짜 군함도'의 아픔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참고문헌
- 정진성, 윤석현, 김영환, 최정희. (2017). 『군함도, 끝나지 않은 전쟁』. 한울아카데미.
영상 시청이 편하신 분들을 위해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요약한 영상도 올립니다.
영화 ‘군함도’와 실제 역사, 얼마나 다를까? 생존자 증언으로 팩트체크!